▶맑시즘2011 : 변혁이냐 야만이냐, 7.21(목)~24(일), 고려대학교, 주최_ 다함께
조금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를 보면 낙관론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정책적인 유동성 팽창 효과나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빠른 경기회복을 낙관할 근거는 약하다. 투자나 가동률, 고용 지표 등을 통해서는 한국 경제의 질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눈을 돌리면 낙관론의 근거는 더욱 취약해진다. 현재 미국은 금융시장이 마비되어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은 일부 수습해 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반면에 위기의 새로운 국면, 즉 소비 위축과 투자 위축으로 인해 거꾸로 기업이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경제위기의 새로운 국면과 대응
적극적인 소득분배 계획
이런 경제위기에 대해 '감세'니 '정리해고'니 하는 말들이 넘쳐나는데 비해 유철규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칼럼의 마지막 부분을 보죠.
한국 정부도 … 좀더 적극적인 소득분배 계획과 함께 새로운 정책 구상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2차 대전 중에 획기적인 분배 개선 계획을 구상하여 전후의 사회경제적 안정을 도모했던 것이 처칠의 보수당 정부였다는 점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날카로운 비판
유철규 교수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잊지 않습니다.
한국의 가계 운영비 가운데 시장에서 얻는 소득의 비중이 92.1%에 달한다는 자료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68.1%이고, 그중 가장 낮은 스웨덴이 51.5%, 가장 높은 축에 드는 미국이 83%라고 했다. 나머지 소득은 실업수당, 보육지원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기타 정부의 공공서비스 등으로 채워진다. 경쟁에 져 도태되기라도 하면 스웨덴에서는 생활비의 절반 정도가 유지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바로 죽을 판이다.
한겨레, 화합과 통합의 실질적 조건
87년 체제와 신자유주의
유철규의 '80년대 후반 이후 경제구조 변화의 의미'는 87년체제가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연대를 제도화하지 못한 가운데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사회적 교착상태에 빠져드는 과정을 기술한다. 규제와 조정을 바탕으로 한 87년헌법의 경제조항이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에 의해 침식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87년체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경제민주화를 핵심으로 한 새로운 구상이 절실함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87년 이후 경제체제는 신자유주의가 됐고, 그래서 망했고, 경제 분야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거죠.(잘 요약한 거 맞죠?)
그리고 그 '경제 분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제시하는 정책 대안들이 바로 위에서 얘기한 '적극적인 소득분배 계획'인 것일 테죠.
정성진 교수와의 논쟁점
날카로운 비판과 경제 분야의 민주주의, 여러 부분에서 두 분의 주장은 같은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토론거리가 없지 않겠죠.
정성진 교수는 지금 경제 위기의 대안이 “케인스주의적 사회적 시장경제나, 그 자체가 형용모순인 시장사회주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합니다. 정성진 교수의 대안은 “시장경제 자체를 지양하는 마르크스적 의미의 계획경제, 즉 참여계획경제”이죠.
유철규 교수의 경우는 약간 다릅니다. 유 교수의 경제 위기 해결책은, 주되게 정부에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최근 칼럼의 글을 인용해 봅니다.
정책이념의 변화를 위한 국제적 여건도 좋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경제위기는 더 이상 ‘시장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책이다’라는 낡은 믿음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 …
이번에야 말로 어쩌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권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금석이 될 만한 것이 비정규직법안, 용산참사, 쌍용차 문제 등이다. … “제발 가정 경제를 꾸릴 수 있게 해달라”는 어느 노동자의 절규를 전 정치역량을 쏟아 부어서라도 해결할 때 국민의 신뢰는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믿는다.
시장경제나 시장사회주의는 더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정성진 교수, 그리고 정부 정책의 변화를 주장하는 유철규 교수. 두 분의 주장을 흥미롭게 경청해 봅시다.
그리고, 당연히! 반서민적 이명박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아끼지 않는 두 분의 공통점에도 주목해야겠지요.
- 지금의 경제 위기를 분석할 때 정직한 것은 비관론자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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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시즘2011 : 변혁이냐 야만이냐, 7.21(목)~24(일), 고려대학교, 주최_ 다함께
나는 개인적으로 정성진 교수(정성진 교수 홈페이지)의 글을 정독해 왔는데, 2007년부터 경고한 경제 위기가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깊은 신뢰를 갖게 됐다.
정성진 교수는 당시에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자본주의 전체의 위기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맞아떨어진 것이다.1 정성진 교수의 글을 인용해 본다.
많은 경제 평론가들은 이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발(發) 세계 신용위기는 이미 끝났다고 주장한다. 혹은, 아직 끝나지 않았더라도, 이것이 미국 실물경제의 위기나 세계경제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단지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이윤율 저하의 위기, 지급불능의 위기에서 비롯된 위기이기 때문에, 이번 연준의 재할인율 인하와 같은 긴급 유동성 공급은 임시변통책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
…
지난주 말 연준의 재할인율 인하 이후 세계 증시가 급반등했음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발 세계 신용경색이 극복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성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 유동성의 위기인가, 세계대공황의 전조인가?, <맞불> 55호 | 발행 2007-08-25
정성진 교수가 최근에 공저자로 참여한 책
날카롭고 솔직한 예측
2008년 9월 금융 공황이 밀어닥치기 5개월 전, 정성진 교수는 “신자유주의 ‘금융화’ 모델의 붕괴”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발 세계경제 위기가 진정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그러나] 본격적인 위기는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발 신용 경색은 단순한 금융 위기가 아니라, 지난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자본축적 체제로 간주되거나 혹은 기대돼 온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모델의 총체적 붕괴의 시작을 알리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 위기가 신용과 금융 부문에서 끝나지 않고 실물 부문으로 광범하게 확산ㆍ심화되고 있다는 조짐은 이번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에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 이번 금융 위기는 단순한 ‘유동성의 위기’가 아니라 지난 1970년대 이후 시작된 실물 부문 이윤율의 장기 저하에 기원한 ‘지급불능의 위기’를 배경으로 한 것이며, 이러한 위기를 ‘금융화’라는 ‘가공자본’의 창조를 통해 모면 또는 지연하려는 시도가 최종적으로 파탄났음을 보여 준다. …
자본주의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하다.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폐지하고 민주적 참여계획경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할 이유다.
정성진, 신자유주의 ‘금융화’ 모델의 붕괴, <맞불> 82호 | 발행 2008-04-14
위기 이후에 정성진 교수의 예측은 더욱 빛났다. 위기가 진정되고 있다는 주류 경제학의 정직하지 못한 전망 속에서 정성진 교수는 꿋꿋하고 정직하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70년대 이래 장기불황
2006년에 쓴 칼럼에서 정정진 교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2006년 세계 경제는 아직 1973년 이후 시작된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난 2001년 불황 이후의 일시적 회복도 곧 사그라들 전망이다.”(장기 불황 속의 세계 경제, <맞불> 10호 | 발행 2006-09-02)
정성진 교수가 금융 공황 이후 쓴 칼럼인 “월스트리트 자본주의 모델의 종말”에는 이번 위기에 대한 정 교수의 생각이 잘 나와 있다.
이번 위기를 촉발한 직접적 원인은 2001년 미국의 주가거품 붕괴에 따른 불황을 연준이 연속적인 금리 인하와 저금리 정책으로 대처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주택 가격 거품의 팽창과 붕괴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반노동 공세에서 노동으로부터 자본으로 가치 이전과 양극화가 초래한 사상 유례없는 분배의 불평등, 즉 대내적 불균형의 심화와, <그림 1>에서 보듯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동아시아 수출국ㆍ산유국으로부터 달러 환류에 기반을 둔 이른바 “2기 브레튼우즈 체제”의 불안정성의 심화라는 글로벌 불균형을 배경으로 한다.
더 근본적ㆍ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위기는 1970년대 이후 이윤율의 장기 저하에 따른 장기불황의 연장선에서 발발한 것이다. 이번 위기에서 특징적인 것은 위기의 불가측성인데 이는 무엇보다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과정에서 “부채의 증권화”와 파생금융상품의 확산에 따른 금융 불안정성과 불투명성의 증대에 기인한다.
마침
물론 정성진 교수는 자본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지만, 그런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위기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말 하나를 인용하고 마친다.
물론 지난 5백 년 자본주의 역사에서 입증된 자본주의의 놀라운 자기 변신 혹은 혁신 능력과 자기 적응을 통한 생존 능력을 감안할 때, 이번 세계경제 위기가 세계자본주의의 최종적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자본은 노동대중에 대한 착취 강화와 영구군비경제ㆍ전쟁을 통한 자본가치의 파괴에 의거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고전적’ 생존 수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피크 오일’의 임박 등에서 보듯이, 자본주의는 금융거품의 주기적 형성과 폭발 및 노동대중에 대한 착취 강화와 자본가치 파괴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의존해 축적 위기를 봉합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뿐 아니라, 화석 자원의 고갈과 생태 위기라는 외부적 한계에도 봉착하고 있는 듯하다.
정성진, 신자유주의 ‘금융화’ 모델의 붕괴, <맞불> 82호 | 발행 2008-04-14
[덧] 정성진 교수의 토론자로 흔쾌히 나서 주신 유철규 교수님의 입장은 유 교수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 유철규 교수 홈페이지 (가능하면 다음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 정성진 교수의 글을 읽은 몇몇 친구들은 주변에 주식시장에서 탈출하라는 조언을 했는데, 미네르바 만큼은 아니라도 정성진 교수가 몇몇 서민들을 경제 위기의 타격에서 구해낸 것만큼은 분명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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