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를 보면 낙관론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정책적인 유동성 팽창 효과나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빠른 경기회복을 낙관할 근거는 약하다. 투자나 가동률, 고용 지표 등을 통해서는 한국 경제의 질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눈을 돌리면 낙관론의 근거는 더욱 취약해진다. 현재 미국은 금융시장이 마비되어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은 일부 수습해 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반면에 위기의 새로운 국면, 즉 소비 위축과 투자 위축으로 인해 거꾸로 기업이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경제위기의 새로운 국면과 대응

적극적인 소득분배 계획
이런 경제위기에 대해 '감세'니 '정리해고'니 하는 말들이 넘쳐나는데 비해 유철규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칼럼의 마지막 부분을 보죠.
한국 정부도 … 좀더 적극적인 소득분배 계획과 함께 새로운 정책 구상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2차 대전 중에 획기적인 분배 개선 계획을 구상하여 전후의 사회경제적 안정을 도모했던 것이 처칠의 보수당 정부였다는 점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날카로운 비판
유철규 교수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잊지 않습니다.
한국의 가계 운영비 가운데 시장에서 얻는 소득의 비중이 92.1%에 달한다는 자료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68.1%이고, 그중 가장 낮은 스웨덴이 51.5%, 가장 높은 축에 드는 미국이 83%라고 했다. 나머지 소득은 실업수당, 보육지원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기타 정부의 공공서비스 등으로 채워진다. 경쟁에 져 도태되기라도 하면 스웨덴에서는 생활비의 절반 정도가 유지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바로 죽을 판이다.
한겨레, 화합과 통합의 실질적 조건
87년 체제와 신자유주의

유철규의 '80년대 후반 이후 경제구조 변화의 의미'는 87년체제가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연대를 제도화하지 못한 가운데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사회적 교착상태에 빠져드는 과정을 기술한다. 규제와 조정을 바탕으로 한 87년헌법의 경제조항이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에 의해 침식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87년체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경제민주화를 핵심으로 한 새로운 구상이 절실함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87년 이후 경제체제는 신자유주의가 됐고, 그래서 망했고, 경제 분야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거죠.(잘 요약한 거 맞죠?)
그리고 그 '경제 분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제시하는 정책 대안들이 바로 위에서 얘기한 '적극적인 소득분배 계획'인 것일 테죠.
정성진 교수와의 논쟁점
날카로운 비판과 경제 분야의 민주주의, 여러 부분에서 두 분의 주장은 같은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토론거리가 없지 않겠죠.
정성진 교수는 지금 경제 위기의 대안이 “케인스주의적 사회적 시장경제나, 그 자체가 형용모순인 시장사회주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합니다. 정성진 교수의 대안은 “시장경제 자체를 지양하는 마르크스적 의미의 계획경제, 즉 참여계획경제”이죠.
유철규 교수의 경우는 약간 다릅니다. 유 교수의 경제 위기 해결책은, 주되게 정부에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최근 칼럼의 글을 인용해 봅니다.
정책이념의 변화를 위한 국제적 여건도 좋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경제위기는 더 이상 ‘시장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책이다’라는 낡은 믿음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 …
이번에야 말로 어쩌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권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금석이 될 만한 것이 비정규직법안, 용산참사, 쌍용차 문제 등이다. … “제발 가정 경제를 꾸릴 수 있게 해달라”는 어느 노동자의 절규를 전 정치역량을 쏟아 부어서라도 해결할 때 국민의 신뢰는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믿는다.
시장경제나 시장사회주의는 더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정성진 교수, 그리고 정부 정책의 변화를 주장하는 유철규 교수. 두 분의 주장을 흥미롭게 경청해 봅시다.
그리고, 당연히! 반서민적 이명박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아끼지 않는 두 분의 공통점에도 주목해야겠지요.
- 지금의 경제 위기를 분석할 때 정직한 것은 비관론자죠. [Back]

by 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