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을 눈여겨 보라. 2007년 8월 25일이다. 세계적 금융 공황이 밀어닥친 것은 2008년 9월이다. 2007년 6월에 연준 의장 버냉키는 “서브프라임 시장의 불똥이 다른 경제 부문 혹은 금융체제로 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고 있었다.
날카롭고 솔직한 예측
2008년 9월 금융 공황이 밀어닥치기 5개월 전, 정성진 교수는 “신자유주의 ‘금융화’ 모델의 붕괴”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발 세계경제 위기가 진정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그러나] 본격적인 위기는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발 신용 경색은 단순한 금융 위기가 아니라, 지난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자본축적 체제로 간주되거나 혹은 기대돼 온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모델의 총체적 붕괴의 시작을 알리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 위기가 신용과 금융 부문에서 끝나지 않고 실물 부문으로 광범하게 확산ㆍ심화되고 있다는 조짐은 이번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에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 이번 금융 위기는 단순한 ‘유동성의 위기’가 아니라 지난 1970년대 이후 시작된 실물 부문 이윤율의 장기 저하에 기원한 ‘지급불능의 위기’를 배경으로 한 것이며, 이러한 위기를 ‘금융화’라는 ‘가공자본’의 창조를 통해 모면 또는 지연하려는 시도가 최종적으로 파탄났음을 보여 준다. …
자본주의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하다.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폐지하고 민주적 참여계획경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할 이유다.
위기 이후에 정성진 교수의 예측은 더욱 빛났다. 위기가 진정되고 있다는 주류 경제학의 정직하지 못한 전망 속에서 정성진 교수는 꿋꿋하고 정직하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70년대 이래 장기불황
2006년에 쓴 칼럼에서 정정진 교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2006년 세계 경제는 아직 1973년 이후 시작된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난 2001년 불황 이후의 일시적 회복도 곧 사그라들 전망이다.”(장기 불황 속의 세계 경제, <맞불> 10호 | 발행 2006-09-02)
정성진 교수가 금융 공황 이후 쓴 칼럼인 “월스트리트 자본주의 모델의 종말”에는 이번 위기에 대한 정 교수의 생각이 잘 나와 있다.
이번 위기를 촉발한 직접적 원인은 2001년 미국의 주가거품 붕괴에 따른 불황을 연준이 연속적인 금리 인하와 저금리 정책으로 대처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주택 가격 거품의 팽창과 붕괴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반노동 공세에서 노동으로부터 자본으로 가치 이전과 양극화가 초래한 사상 유례없는 분배의 불평등, 즉 대내적 불균형의 심화와, <그림 1>에서 보듯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동아시아 수출국ㆍ산유국으로부터 달러 환류에 기반을 둔 이른바 “2기 브레튼우즈 체제”의 불안정성의 심화라는 글로벌 불균형을 배경으로 한다.
더 근본적ㆍ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위기는 1970년대 이후 이윤율의 장기 저하에 따른 장기불황의 연장선에서 발발한 것이다. 이번 위기에서 특징적인 것은 위기의 불가측성인데 이는 무엇보다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과정에서 “부채의 증권화”와 파생금융상품의 확산에 따른 금융 불안정성과 불투명성의 증대에 기인한다.
마침
물론 정성진 교수는 자본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지만, 그런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위기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말 하나를 인용하고 마친다.
물론 지난 5백 년 자본주의 역사에서 입증된 자본주의의 놀라운 자기 변신 혹은 혁신 능력과 자기 적응을 통한 생존 능력을 감안할 때, 이번 세계경제 위기가 세계자본주의의 최종적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자본은 노동대중에 대한 착취 강화와 영구군비경제ㆍ전쟁을 통한 자본가치의 파괴에 의거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고전적’ 생존 수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피크 오일’의 임박 등에서 보듯이, 자본주의는 금융거품의 주기적 형성과 폭발 및 노동대중에 대한 착취 강화와 자본가치 파괴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의존해 축적 위기를 봉합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뿐 아니라, 화석 자원의 고갈과 생태 위기라는 외부적 한계에도 봉착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