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윈 소시가 돌아왔다. 사실 저번에도 나름대로의 노리는 바는 분명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색깔이 확연해졌다. ![]() 다리 제복 섹시 물론 이 쇠털 같은 허구한 날을 미친 계집아이마냥 소녀시대 다리만 넋 놓고 보면서 보내고 있는 입장에선 나도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또 헤벌리고 라이브 무대 보고 있는데, 동생이 꿍얼댔다. “다리에 주사바늘자국이 수백 개란 소문이 있어” “니는 해주면 싫나?” “아니 감사하지… 튜닝도 알아서 해주고 얘넨 진짜 부럽지 않냐…” ㅋㅋㅋㅋㅋ대면서 그양 넘어가려고 했는데 고개 돌리고 다시 모니터로 눈길 주자마자 식겁. 아니 잠깐만? 방금 전의 대화는 뭔가 초큼 문제가 있는 거 같지 않나, 여성동지. 고개를 돌려보니 이미 밖으로 나가서 과자를 쳐묵쳐묵하고 있더라. 물론 쳐묵쳐묵과 동시에 ‘아 나는 왜 이러고 사는 걸까’ 라는 자괴감이 동생한테는 함께 몰려오고 있을 터였다. 늘 그렇듯이. 사실 뭐 소시가 제복에 쫙 뻗은 알다리 드러내고 나오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 삶에 저런 이미지들이 어디 한두 번 있었나. 삶에서 가장 가까운 매체인 텔레비전과 컴퓨터만 켜도 굳이 세는 게 의미가 없이 쏟아져 나온다. 섹시하고 아름다운 여성. 미를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성인데, 섹시하게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닌가효. 가슴을 모아주는 브래지어.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게 해 주는 콜셋. 클리비지 룩이 유행이라던데. 사실 단지 이것만 갖고는 안 된다. 섹시함이라는 건 그냥 예쁜 옷 입고 좀 헐벗는다고 되는 거 아니다. 화장, 옷, 생활환경, 오락유형, 차까지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트랜스포머에서 메간 폭스 언니(라고 쓰고 네이버 검색해 보니까 언니 아니었다 제기랄)가 엔진 확인한다고 보닛 확 열었을 때 카메라가 아래에서부터 허리를 어떤 방식으로 쓸어 올렸는지를 상기시켜보자. 그냥 옷 문제가 아니다, 이건. 지금껏 여성들은 너무 많은 성억압의 굴레 속에 놓여있지 않았나. 정숙해보여야 하고, 성적인 욕구들에 대해서 코멘트하면 안 되고. 그런 잣대들에 대해서 보봐르가 지적한지 어언 60년이 지났다. 케이블 TV를 틀면 섹스 앤 더 시티가 나와서 캐리가 화려한 옷을 섹시하게 차려입고 남자랑 부딪힌 다음 콘돔을 떨어뜨린다. 우왕…… 여성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앉아서 서방님이 저랑 하고 싶으시면 불을 꺼드리져…… 하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우리도 욕구를 가진 인간이라고! 드디어 인정받고 있어! 우리는 자율적 의지를 가지고 섹시해질 수 있는 개인들이다! 짱이지! 근데 그렇기 때문에 내 동생은 과자 먹으면서 혼자 자학한다.고등학교 때 우리 반에는 방학을 틈타서 쌍커풀수술한 애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 듯하다. 우리 엄마는 각진 내 턱에 주사 놔 주겠단다. 내 친구는 자기 의지랑 별로 상관없이 집안의 원조 하에 약 먹고 다이어트를 했고, 좌우지당간에 어쨌든 텔레비전이 저렇게 잘 돌아가는데 외모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그러니까 졸업사진 찍고 나면 토토로 어떻게 수정해주면 좋겠는지 리플 달라고 친절하게 사진사 아저씨도 가르쳐주는 거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래서 내 동생은 매일 엄마한테 턱 깎아달라고 조른다. 어제는 영구제모도 하러 갔다. 내 동생에게는 섹시하게 보일 자유가 존재한다. 그게 당연한 거다. 텔레비전을 보라고.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빅이랑 부딪혔으니까 콘돔을 주워주면서 빅이 웃은 거지, 캐리 몸매에서 몸무게가 3배쯤 불었다고 가정했을 때, 빅이 콘돔을 주워주기나 했을까? 텔레비전을 보면 답이 명확하게 나온다. 수많은 살 빼는 프로그램들을 보자. 우리는 이 따위로 살면 안 될 거다. 과자가 지금 입으로 들어가니? 그러므로 우리들은 공급되는 이미지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소녀시대가 제복 입고 늘씬한 다리를 뽐내고 나오면 “주사바늘자국이 몇백 개는 될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근데 주사 좀 맞으면 어때, 돈 있으면 맞는 거지” 라고 생각하고, 돈이 있으면 마리*랑스에 간다. 돈이 없으면 만들어서 *리프랑스에 간다. 물론 돈이 처음부터 있었던 쪽이 더 유리하다. 나는 주체적이다. 주체적으로 내 미의식이 충실하게 아이돌을 소비하고, 미적 기준을 정립한다. 나는 주체적이다. 주체적으로 정립된 미적 기준을 토대로 오밤중에 뭐 먹고 싶어지면 눈물을 흩뿌리며 미친냔이라고 스스로를 공격한다. 나는 주체적이다. 주체적으로 섹시하게 보이기를 원하고, 차라리 그 옷 살돈을 천원짜리들로 바꿔서 가리는 게 더 많이 가릴 수 있을 법한 헐벗은 옷들을 사댄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 주체적으로 대상화된다. 내 동생은 주체적으로 수술대 위에 올라가기를 원하고, 내 친구들은 실제로 그랬다. 주체적으로 인터넷에서 화장하는 방법을 검색하고, 주체적으로 거식증에 걸리기를 소망한다.근데 뭐. 내가 뭐가 나빠. 뭐가 나쁘냐고!
![]()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가 낳은 비극을 보여 준다 대체 왜, 누가 문제였단 말인가. 성억압에서 자유로워졌으며, 섹시함에 대해서 우리가 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가 논하고 있었던 건 ‘자유로운 성’이 아니었다. 언젠가 휴대폰으로 제공되는 인터넷 기사를 편집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성해방된 사회답게, 많은 서비스는 여성의 섹시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예찬하게 만드는 사진들이었다. 성해방된 사회답게, 나는 다른 사람들이 클릭을 많이 할 제목을 만들기 위해서 고심했다. 터질 거 같은 가슴? 아무것도 안 입은 거 같아? 와이셔츠만 입고 운운? 그래서 말인데― 주사바늘 몇백 개가 들어가야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몸매에 우리 몸을 집어넣으려고 우리가 노력할 때, 누가 이득을 볼까. 적어도 나는 아닌데. 그렇다고 소비되는 다른 여성들이 보는가 하면 그것도 아닌 거 같고. 남성들은 여기에서 자유로운가 하면 그건 더더욱 아닌 거 같다. (일단 나는 민호의 해맑은 미소도 섹시함으로 소비하고 있고요) 누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었던가. 그렇기 때문에 맑시즘에서 “‘섹시’열풍― 성해방인가? 성차별의 또 다른 얼굴인가?” 라는 주제로 정진희 활동가가 발제하는 토론주제를 봤을 때, 굉장히 흥미로웠다. 가능하면 동생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우리에게 자율적으로 주어지는 섹시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내 주변의 많은 여성들과 함께 들어보고 싶다. 우리가 이 손 안 닿는 ‘자유’ 앞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
|
Tracked from 내일 만나는 뤠볼루숀 | 2009/07/10 14:49 | DEL
소시가 돌아왔다. 사실 저번에도 나름대로의 노리는 바는 분명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색깔이 확연해졌다.
다리
제복
섹시
물론 이 쇠털 같은 허구한 날을 미친 계집아이마냥 소녀시대 다리만 넋 놓고 보면서 보내고 있는 입장에선 나도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또 헤벌리고 라이브 무대 보고 있는데, 동생이 꿍얼댔다.
“다리에 주사바늘자국이 수백 개란 소문이 있어”“니는 해주면 싫나?”“아니 감사하지… 튜닝도 알아서 해주고 얘넨 진짜 부럽... |
|
1. 호주의 리틀 섹시 모델 : '10대 여성'의 몸도 상품으로 만들다 MBC <W>에서 소개한 호주의 '리틀 섹시 모델' 소개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섹시함이라는 현대문화의 코드는 이제 지금까지 ... |
|
Tracked from 당신 덕분에 꽃이 핍니다♡ | 2009/09/03 19:45 | DEL
지난 프라다 쇼에서 무려 17cm의 하이힐을 신은 모델 2명이 넘어지고, 무릎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그야말로 ‘킬힐’이죠. 하이힐이란 말이 어느새 고전음악처럼 들리는 시대에요. 킬힐, 스틸레토힐 같이 더 높게, 더 날카롭게 만들어지는 구두를 여성들이 신고 있습니다. 올 여름 대세라 하는 킬힐은 굽이 10~15cm나 되지만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라며 잘 팔리고 있죠. <?xml:namespace> 뾰족 구두를 신으면 당연히 달리거나 오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