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시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 맑시즘을 기다리시는 분들, 우리 블로그와 함께 더 흥미진진하게 맑시즘을 준비해 보자구요~! ^^

 by 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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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윈

맑시즘2009 문화 행사에는 찰리 채플린 탄생 120주년 영화제가 있습니다.

72년, 좌파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쫓겨나 20년 동안 망명생활을 해오던 찰리 채플린이 '영화를 20세기의 예술이게 한 공적'으로 오스카 공로상을 받았다.

김규항, 에덴의 왼쪽에서 인용

1920년대 작, 키드에 나온 찰리 채플린

1920년대 작, 키드 中

찰리 채플린이 태어난 지 120주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찰리 채플린은 또렷하게 기억되고 있죠. 얼마 전 아트 TV에서 《위대한 독재자》를 상영하는 걸 봤는데, 1940년 작품인데도 여전히 웃기더군요. 슬랩스틱1은 진리입니다. 시공간과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서 인간을 웃게 만들죠. …… 네, 물론 제가 어린애 개그 코드에서 발전이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_-;

찰리 채플린, 단순한 피아노 선율에 맞춰서 미키마우스처럼 발을 움직이는 남자. 카메라가 돌아가서 얼굴을 비추면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웃죠. 그 천진하고 누구도 해를 입히지 않을 거 같은 분위기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약한 사람들의 표정을 유쾌하게 담아낼 수 있었죠.

가장 단순한 개그방식인 슬랩스틱, 어린아이도 보고 웃을 수 있는 그 개그코드만으로 찰리 채플린은 엄청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속에서 찰리 채플린은 약하고 힘없는 사람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웃으면서 권력구조를 무너뜨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양 우연히 바나나를 버리면, 강한 누군가는 바나나를 짓밟고 바닥을 뒹굽니다. 분노해서 강한 사람이 찰리에게 달려들 때, 찰리는 고개를 숙여서 뭔가를 줍느라 권력자가 벽에 주먹질을 하게 만듭니다. 약하고 힘없는 조그만 남자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를 짓누르는 강한 사람들을 골려먹을 때, 그걸 보는 관객들은 속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죠. 아마 찰리 채플린이 활동하던 시대의 미국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눈앞에 있는 절망적인 상황도, 그는 결코 외면하지 않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은 그대로 존재한다는 걸 그는 특유의 웃음으로 풀어냅니다. 여전히 약하고 힘없는 찰리 채플린은 넘어지고 밟히고 당합니다. 진짜 웃긴데, 킬킬대면서 웃다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울게 되죠. 가장 절망적인 걸 우습게 풀어낼 때, 그 절망은 극대화된다는 걸 찰리 채플린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눈망울이 세계의 잔혹함에 맞닥뜨릴 때, 그 페이소스2는 어느 때보다도 강렬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정의를 ‘순수한 영혼이 상황에 의해 고통을 겪는 이야기’로 규정했더군요.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는, 희극이면서도 비극의 정의에 부합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그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이미 희극이면서도 비극이기 때문이겠죠.

맑시즘2009 - 찰리 채플린 기념 상영회

이번 맑시즘2009에서는 찰리 채플린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서 찰리 채플린 영화제를 가진다고 해요. 《모던타임즈》와 《개의 삶》이 상영된다고 하는군요.

1936년 작, 모던타임즈에 나온 찰리

1936년 작, 모던타임즈 中

《모던타임즈》는 찰리 채플린에 대해서 말하면 언제나 거론되는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이죠. 그리고 찰리 채플린이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희극적 페이소스’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것’ 외에는 어떠한 죄도 없지만, 세상은 계속해서 찰리에게 가혹합니다. 점점 컨테이너 벨트를 빨리 돌리는 공장주 앞에서 찰리는 나사를 조이다가 비서 엉덩이에 달린 단추를 조이기도 하고, 신경쇠약으로 입원했다 나오니 난데없이 공산주의자의 리더로 몰려서 감옥에 들어가는가 하면, 차라리 빵을 훔쳐서 감옥에라도 들어가려고 했더니 그것조차 여의치가 않습니다.

찰리 채플린은 이 영화에서도 끝없이 몸 개그를 펼칩니다. 바나나를 보면 밟아야 하고, 판자가 있으면 부서지도록 미끄러져야 하고, 사람이 많으면 휩쓸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 끝없는 몸 개그 본능(!) 속에서도, 찰리 채플린의 어린애 같은 웃음은 그 상황이 얼마나 서글픈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다 무너져가는 판잣집 나무토막에 머리를 얻어맞으면서도 찰리와 부랑자 소녀는 정말 인간답게 살게 되었다고 감동하며 눈물을 그렁거리니까요. 세계로부터 계속 배신당하면서도 찰리 채플린과 부랑자 소녀는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걸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이 불행한 건 결코 그들이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웃으면서도 관객들은 끊임없이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부조리를 화면에 담다

영화를 보면서 전 계속해서 브레히트를 떠올렸습니다. 브레히트는 이 잔혹한 세계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여겼죠. 그렇기 때문에 부조리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놓고, 관객들이 불편한 나머지 이 사회에 의문을 가지길 바라면서 서사극들을 썼습니다. <억척어멈과 아이들>에서 억척어멈을 볼 때 느끼는 기분이 그런 것일 터입니다. 《모던타임즈》 역시도 브레히트의 서사극과 흡사한 부조리, 그래서 관객들이 거리를 두게 만드는 부조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습지만 감정이입할 수 없는 상황, 우스운데도 제대로 웃을 수 없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면,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충분히 투쟁적일 것입니다.

찰리 채플린의 시선을 통과하고 나면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들은 어처구니없이 우스워져버립니다. 그래서 더욱 분명하게 이 세계의 그 잔혹함은 까발려지지요.

그런 잔혹한 세계에 살고 있지만, 찰리 채플린은 결코 인간적 다정함을 버리지 않습니다. 《개의 삶》이나 《키드》 같은 영화들은 그런 맥락에서 풀어나갈 수 있겠네요.

1910년대 후반 당시의 가혹한 실업난 속에서(《모던타임즈》에서도 그 실업난은 뚜렷하게 보이죠) 노숙자가 된 주인공 찰리는 찰리 채플린 영화의 주인공들이 다 그렇듯이 열심히 삽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있는 힘껏 노력합니다. 그러나 약한 자에게 행복할 기회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약한 개에게도 행복할 기회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외당한 찰리와 개는 서로에게 서로를 기대면서 살아갑니다.

《모던타임즈》나 《키드》, 《위대한 독재자》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반복됩니다. 약하고 힘없는 자들이 서로에게 기대서 세계의 잔혹함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 그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찰리 채플린의 시선은 희망적입니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이 세계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걸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지금도 반복되는 이야기

얼마 전에 조세희의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백 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조세희 씨한테 기분을 묻자, 조세희 씨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대답했더라고요. 그 소설이 씌어진 때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그 소설이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건 이 사회가 여전히 똑같은 매커니즘을 가지고 돌아가고 있다는 거라고. 아직까지도 이 소설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냐고. 자신의 소설은 이 세계에 기여하지 못한 거라고.

찰리 채플린이 아직 살아있다면, 찰리 채플린 탄생 120주년 기념으로 맑시즘2009에서 영화제를 하는 걸 부끄러워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대한 독재자》에서 폭파된 이발소를 멍하니 지켜보던 찰리 채플린과 용산참사 철거민들은 얼마나 다를까요. 《모던타임즈》에서 나사만 계속 조이다가 불안에 떤 나머지 기계 속까지 빨려 들어가는 찰리 채플린과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언제 잘릴까 두려움에 떠느라 열심히 일만 하는 비정규직들은 또 얼마나 다를까요. 찰리 채플린 역시 매카시즘3 광풍의 희생자 중 한 명이었죠. 할리우드에서 쫓겨나던 찰리 채플린, 시위에 휩쓸렸을 뿐인데 공산주의자라고 경찰들에게 얻어맞으면서 끌려가던 《모던타임즈》의 찰리, 그리고 최근에 대공분실에 끌려갔다는 건국대 총학생회장은 또 얼마나 다를까요.

《키드》나 《개의 삶》에서처럼 모든 걸 잃어버린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슬프게도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계속해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은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찰리 채플린이 굳이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찰리의 영화는 그 안에 이 세계를 바꿀 힘도 품고 있으니까요.

서로가 서로를 기대고 지탱하면서 살아가는 약자들. 《위대한 독재자》에서 세탁소의 한나는 유대인을 탄압하는 특전대에게서 찰리 채플린을 구해주고 말하죠. “우리들은 약하지만, 힘을 합치면 분명히 싸워서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아직 그렇게 못했을 뿐이죠.”

그러게 말이에요. ^_^

  1. 몸으로 웃기는 코메디 [Back]
  2. 고통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파토스의 영어식 발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요소를 의미한다. [Back]
  3. 미국에서 벌어진 ‘빨갱이’ 마녀사냥.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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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개그로 저항하기, 찰리 채플린

    Tracked from 내일 만나는 뤠볼루숀 삭제 2009/07/07 21:30

     내가 썼지만 트랙백해서&nbsp;퍼오는 게 부끄럽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 실은 좀 부끄럽다 맑시즘2009&nbsp;문화 행사에는 찰리 채플린 탄생 120주년 영화제가 있습니다.72년, 좌파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쫓겨나 20년 동안 망명생활을 해오던 찰리 채플린이 '영화를 20세기의 예술이게 한 공적'으로 오스카 공로상을 받았다.김규항, 에덴의 왼쪽에서 인용1920년대 작,...

  1. 맑시☆ 2009/07/07 1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앤윈님이 굉장히 수고해주셨어요. ^^ 밤새 글쓰시고... 소개를 써달랬더니 완전 리뷰를 써오셨다능~ 그래서 어쨌든 저도 찰리 채플린에 대해 훨씬 상세하게 알게 됐군요! 감사ㅋ

  2. 아프로켄 2009/07/07 1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렸을때 찰리 채플린 영화가 종종 추석특선 영화로 했던게 기억나네요.. 그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말도 못하는 흑백 바보 로만 생각했었는데... 말예요...
    요즘 TV를 보면 풀HD칼라의 감동도 재미도 없는듯보잡들보단.
    그때 그 흑백의 바보가 그립네요!

    • 노프 2009/07/08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찰리 채플린 영호는 언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예요. 물론 이번 맑시즘2009 기간에 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 때 주제랑 비교해 봐서 결정해 보려고요! ㅋ

    • 아프로켄 2009/07/08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찰리 채플린 영화.

      정말 추억의 느낌이 강해요

      21세기.

      새로운 찰리 채플린의 등장 또한 기대되기도 하구요.

      이번 맑시즘에서 그런 영화? 영화인? 을 추천해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3. 고길동 2009/07/07 2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 읽고 나니.. 상영 영화들 보고 싶어집니다~ 토론 시간을 빼야하려나 ㅠ

    • 노프 2009/07/08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핫, ^^ 잘 결정해 보세요. 어느 것을 하든 의미가 있겠죠!

  4. 늘봄 2009/07/09 0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채플린 영화의 중요성(혹은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맑시☆ 2009/07/09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 이런 댓글 보면 앤윈님이 엄청 힘이 날 겁니다.

  5. 스머프 2009/07/09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찰리 체플린 영화는 오래전에 본기억이 나는데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맑시즘때 상연하는 찰리 채플린 영화중에서 모던타임즈는 몇년전에 보고 내용이 잘 기억이 낳지 않네요 이 영화는 유명한 영화라서 꼭 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디브디를 구입해서 보았습니다. 굳이 저처럼 돈주고 디브디를 사지 않아도 맑시즘에서 보여준다고 하니 이 맑시즘에 참여하는 분들은 이때 이 영화를 보는것도 좋은 생각같습니다.^^ 그리고 저 스머프와 채플린이 공통점이 키가 비슷하다는점입니다. ^^

    • 맑시☆ 2009/07/09 1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TV에서 언뜻언뜻 봤던 기억밖에는 없네요. 그 땐 그냥 유명한 코메디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니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볼까 생각 중입니다.
      채플린과 키가 비슷한 사람을 찾으면 스머프님인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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